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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와칼럼

작가에세이 시든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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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09-1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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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꽃

 

 

가을이 내리던 날

 

요양 병원문을 아들의 손을 잡고 들어서는 할머니 한 분이 있었다

 

 

"엄마여기 한 달만 있으면 다시 데리러 올게"

 

"이 엄마 걱정은 말고 어여가"

 

"엄마 ,걱정하지 마

딱 한 달만 있으면 돼 알았지?."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욕심이 되어버린 현실 앞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은

 

 

추락하는 눈물에 들어있는

아픔으로

서로를 배웅하고 헤어진 뒤

 

엄마가 잠들지 않는 바다를

닮아가고 있는 걸 알았는지

아들은 한달 뒤

겨울의 문턱을 밟으며 병원을

들어서고 있었다

 

"엄마. 미안해"

 

"늙은 이 매미 걱정을 말고

젊은 너 걱정이나 혀"

 

바람길 숭숭 난 가슴을 애써 숨긴 아들은 병원 앞마당에 핀 들꽃을

한 아름 꺾어와 빈 화병에 꽂아두며

 

"엄마.

저 꽃병에 꽃이 시들기 전에

꼭 다시 와서 엄마 데리고 나갈게"

 

희망 같은 내일을 기다리고 있던

할머니의 귀에

다른 가을이 와도 아들의 발소리는

들려오질 않았지만

 

 

꽃이 시들면

아들이 돌아오지 않을까 봐

 

매일 매일

시든 꽃병에 눈물을 채워 넣으며

아들을 바라보듯

웃음짓기만 하는 할머니를 보며

 

 

"할머니꽃이 다 시들었는데 제가 버려드릴게요"

 

"안 돼! 손대지 말어"

 

시든 꽃이라도 아름다워서일까

 

세월 바람에

꾸덕꾸덕 말라져 가는 꽃들을

매일 매일 눈에 넣으려

간호사의 호의조차 거절한 할머니는

 

행여나 그 꽃이 사라지면

기다리는 아들이 오지 않을까 봐

 

만날 순 없어도

느낄 순 있다는 듯

시든 꽃만 온종일 바라보고 있는 걸

보며 병실 안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딱 보면 몰러

아들이 버리고 간 거지"

 

"현대판 고려장이 따로 없지"

 

 

깎아지른 인생길에

다시 찾아온 가을이

문을 닫고 가버린 자리에

 

또 다른 얼굴을 내민 가을따라

마디마디 심어놓은 서러움으로

하루를 버티시던 할머니는

 

바람 한 장보다

가벼웠던 삶을 지우고

기다림이 없는 하늘나라로 떠난

병실에는

 

시들어버린 꽃만이

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백만 번 시들어도

기다리고픈 엄마의 마음을

말해주려는 듯이.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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