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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세이 ○엄지 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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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09-2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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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장갑.jpg

 

엄지 장갑

 

 

 

선천적 청각장애 아빠와

열병을 앓고 난 뒤

 

후천적 청각장애 엄마를 둔

소리를 듣는 청인 아들의

가슴 시린 삶 속으로

들어가 보려 하는 건

 

들을 수 없는 사람들만이 아는

아픔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말하지 못하는 농인 부부는

태어난 아들이 혹 같은 장애를

가지진 않을까 노심초사 했지만

다행히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엄마 아빠의 자랑이 되어 갔습니다

 

 

비록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고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도 없지만

 

무음의 세상을 사는 그들은

마음으로 말하고

 

가슴으로 사랑하면서

그들만이 나누는 가슴 따뜻한

사랑의 언어로

축복과 같은 아들을 위해

더 열심히 살겠노라 다짐을 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듣지 못하고 자란 아들

 

"읽어줄 수 없었던 엄마"

 

부엌에서 밥 짓느라

아이의 울음소릴 듣지 못해

불덩이가 된 것도 몰랐던

 

"듣지 못하는 엄마"

 

묵언 수행하듯

시선과 침묵이 오가는 수화로

제철을 지난 하늘처럼 아픈 가슴을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들은 책 읽기를 좋아해

읽고 난 뒤 꼭 엄마에게 줄거리를 얘기하는데 엄마는 아들의 표정과 손짓으로 마음을 읽어내야 하기에

한시라도 아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답니다

 

 

바라만 보는 것

 

이상

해줄 수 없는 엄마,아빠는

입술 대신 손으로 말하고

아픔까지 손으로 표현하지만

 

세상의 소리를 듣고 싶은

엄마 아빠는

마른 스펀지 같은 하늘도 없는

이 세상이 싫어질 때도 있었답니다

 

 

한참 부모와의 대화가 필요한 나이

 

아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엄마이지만..

 

엄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아들이지만..

 

서툰 수화 솜씨로

본인의 마음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엄마 아빠의 얘기를 알아듣기도

쉽지 않은 아들에게

자양분과 그늘 같은 부모지만

 

가슴으로

얘기하는 그들만의 사랑의 언어가

있어 괜찮다고 말합니다

 

 

사슴이 언덕을 오르듯

움츠러들지 않는 아들은

 

봄이 오는 아침같이

수화로 엄마 아빠와 대화하며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아빠가

 

취직을 하러 갈 때나

면접을 보러 갈 때도

아들이 같이 가 대신 면접을 봅니다

 

 

우리 아빠 일 잘해요.

힘도 세고요

 

 

침묵에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전달하는 전도사가 된 아들은 방을 구하러 가는 일도

늘 함께 하지만

 

농인에게는

집을 빌려줄 수 없다는 집주인

 

번번이

신발가게 음식점 등

말을 못 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지만

 

꼭 아빠를 필요로 하는 곳이

나설 거란 믿음으로 돌아오면서

 

그래도

아이들이 통역을 안 해주면

그조차도 힘들기에

함께 한다는 것에 고마워하며

 

늘 아들과 아빠는

 

그렇게

되돌아오는 일이

익숙하다고 말합니다

 

 

사거리에서 엄마 아빠가 타고 가던

오토바이가 사고가 났습니다

 

경찰관이 왔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부부

 

아들에게

황급히 전화를 걸어 보지만

엄마는 공부하고 있을 아들에게

미안해 전화를 끊어버리고는

 

경찰관이 건네 준

메모지와 볼펜을 바라보는 부부는

 

아들 없이는

이렇게 수첩 대화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하며

취직을 할 때까지

호떡 장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 흔한

인사조차 하지 못하는 부부를 보며

손님들은 처음엔 불친절하다고

생각해 오지 않는 일도 많았기에

 

손님에게 인사는

마음으로 한다는 부모를 위해

아들은 큰 도화지에

 

((우리 엄마 아빠는 가슴으로

들으며 마음으로 말합니다 ))

 

라고 적어주었습니다

 

 

어느 날

 

반죽을 가지고

호떡 포장마차에 다다른 순간

여학생 두 사람이 호떡을 먹으며

 

병신들이 굽는 호떡도 맛있네

 

그들의 비아냥거림조차

친절로 웃어 보이는 부부와 달리

 

아들은

한참이나 천막 뒤에서

그렇게 있어야만 했습니다

 

 

이제 시작한 엄마 아빠가

용기를 잃게 될까 봐... “

 

말을 할수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침묵으로

엄마 아빠를 바라보던 아들은

비웃음이 있어도 지친 어깰 내어줄

서로가 있어 행복해 하는

엄마 아빠를 보며 넉넉하게 차오르는

사랑이 부럽기만 하다는

그런 아들에게도

아픔의 시간은 있었나 봅니다

 

 

"너희 엄마는 알람시계도

못 듣는데 어떻게 깨워주니?”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를 장애로 바라보는

시선을 숨기고 싶은 것은

아마 이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친구 생일이라 저녁 먹고

온다는 아들이 일찍 들어 오더니

기울어진 하늘과 다투다 돌아온 듯

고객만 까딱이곤 자기 방으로 들어 가버립니다

 

 

장애인 부모를 둔 자식이라

초대하지 말랬다는 친구의 말이

가슴 아팠서 였는지...

 

벽을 사이에 두고

엄마는 들리지 않는 소리라도

듣고파 귀 기울여 보다

살며시 방으로 들어서니

아들은 입안에 주먹을 넣고서

작은 흐느낌이라도 새어 나갈까 봐

눈물만 흘리고 있었네요

 

크게 울어도

못 들은 엄마인데도 말입니다....,

 

 

무음의 공간에

피어나 소리 내지 못하는

혓바닥으로 일생을 꿈틀거리며

공기 흐르는 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그들인지라

 

세상에 베이는 일들이

너무 많다고 말합니다

 

 

영화를 보더라도 될 수 있으면 자막이 나오는 외화를 보게 된다는 부부

 

세상에 편견 앞에

다른 세상을 사는 그들은

삶의 퍽퍽함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듯 하니까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아들은

내일이 대회가 있다는 말을

엄마 아빠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에게도

부모님이 바빠 못 오신다는

거짓말을 하고 선 말입니다

 

 

아들은

관중에게 인사를 하다 관람석에

나란히 앉은 엄마 아빠를 보고 선

놀란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피아노를

치는데요

 

엄마 아빠는

손을 꼭 잡고 두 눈을 꼭 감은 채

마음으로 아들의 연주를

듣고 있습니다

 

 

아들은

알게 되었나 봅니다

 

분명 엄마 아빠의 마음속에는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는 것을...

 

 

 

아들도 엄마 아빠와

똑같은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연주회는 끝나고

 

나란히 걸어 나온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을 따라

엄마 아빠 아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으로

녹아내리는 거리를

엄지 장갑 속에 손가락들처럼

손에 손을 꼭 잡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울림 있는 외침*

 

벙어리 장갑 이란

말도 그들에겐 상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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