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자식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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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11-29 09:10본문
자식이 뭘까
어느 작은 마을
조그만 국숫집에
할머니 한분이 모락모락
김이 나는 국수 한 그릇을 시켜놓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래지 않아
몸이 불편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할머니 앞에 앉습니다
“추운데 오신다고 고생했어요
식기 전에 얼렁 드세요 “
“임자도 먹어 “
"난 어제 작은아들이
사줘서 많이 먹었어요 “
황급히 드시는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연신 눈물만 훔치는 할머니
삼천 원을 탁자에 놓고는
두 손을 꼭 잡고선 근처 공원으로
가신다며 길을 나섭니다
1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할머니가 언제나 그날처럼
국수 한 그릇을 시켜놓고는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계십니다
“할머니,,
할아버진 안 오시나 봐요? “
“할아버지는 저번 달에
하늘나라로 먼저 갔다오 “
“저런....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어요 “
"...................."
“할머니 저번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여쭤봐도 실례가 안될까요 “
물끄러미 바라보는 할머니에게
“두 분은 어떤 사연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시는 거예요"
“우린 60년을 같이 산 부부라우... “
“근데 왜.....”
"아들 둘을 낳아 장가를 보냈는데
큰아들 내외나
작은아들 내외나
다들 부모를 모시기 싫다는 거예요
그래서 따로 살 게 된 거라우 “
그래서
자식들과 며느리들이 의논해서
서울 있는 큰아들에게는 영감이
부산 있는 작은아들에게 자신이
가게 되어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다 보니
이렇게 노령연금 탈 때마다
중간인 대전에서 만나
영감 좋아하는
국수를 먹은 거라는 말을 끝으로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들고
골목 끝으로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두 아들 내외가
이민을 떠나버렸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한 채....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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