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5월 둘째 주일「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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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5-05-11 08:11본문
“사람을 향해서가 아닌, 가치를 위해 싸우다”
저는 얼마 전에 ‘여인의 향기’라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세계적인 명배우 알 파치노(프랭크 슬레이드 역)가 퇴역 전쟁 영웅으로 나오는 영화인데요. 그는 참 군인으로서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웠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동료 병사들을 죽게 하는 무참한 실수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고로 자신마저 눈을 실명하게 됩니다. 그 이후로 그는 삶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리고 어둠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런 그에게 가난한 고등학생 소년인 찰리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찰리는 삶을 너무 체념하고 막무가내로 살아가는 슬레이드 때문에 혼란스럽지만, 함께 동행하며 점점 마음 문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겪고 있는 고민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사실, 찰리는 학교에서 벌어진 우발적 사건 때문에 퇴학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유명한 악당들이 교장 선생님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 거대한 풍선을 터트려서 전교생들 앞에서 수모를 겪게 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그 전날 밤,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나오던 찰리가 우연히 그들이 풍선을 만드는 과정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하필이면 한 선생님이 찰리와 마주치면서 그 모든 과정을 보게 됩니다. 교장 선생님은 그 선생님을 통해서 찰리는 그 학생들의 이름을 알 것이라는 제보를 받게 됩니다. 결국 교장 선생님은 찰리를 불러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자신에게 풍선을 터트려서 전교생들 앞에서 수치를 당하게 한 학생들의 이름을 말하라고 추궁합니다. 하지만 찰리는 자신이 그 학생들을 본 것은 맞지만 이름을 말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찰리가 이러한 고민을 슬레이드에게 말하자 그는 이렇게 조언을 해 줍니다. “교장 선생님에게 장난을 친 그 학생들은 부모들이 부자이고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장난을 친 것일 뿐, 앞으로도 좋은 대학에 진학하여 성공하며 잘 살 것이다. 그러나 너는 이번 일로 인해 퇴학을 당하게 되면 낙오자가 될 것이다. 그러니 그냥 교장 선생님께 말을 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성공의 기회를 잡아라.” 왜냐면, 교장선생님이 찰리에게 자신을 괴롭힌 학생들의 이름만 말하면 하버드대학교 우선 추천권을 주겠다고 회유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찰리는 자신은 밀고자가 될 수 없다며 끝까지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끝내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퇴학 위기에 처한 찰리에게 슬레이드가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찰리, 나는 평생 사람들과 맞서 싸웠는데 너는 가치를 위해 싸우는구나. 네가 맞다. 너에게는 진정성이 있어!” 그리고 슬레이드는 전교생 앞에서 벌어진 찰리의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여 변호해 줍니다. “우리는 찰리의 침묵과 진정성, 가치를 위해 싸우는 용기를 배워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지도자의 덕목이기 때문입니다.” 슬레이드의 감동적인 변호 때문에 전교생들이 박수를 보내자 교장 선생님과 징계위원회도 어쩔 수 없이 찰리에게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판결을 내립니다. 그리고 풍선 사건의 죄책을 가진 학생들에게는 정학 처분을 내립니다.
저는 이 영화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까지 펼쳐왔던 공적 사역의 여정이 떠올랐습니다. 저 또한 개교회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반기독교 세력의 전략과 공격에 맞서 한국교회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공적 사역, 가치 싸움을 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저를 오해하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얼마든지 그들과 싸울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저마저 한국교회의 수준과 이미지를 나쁘게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구의 이름을 거론하거나 불필요한 싸움에 대응하지 않고 묵묵히 한국교회의 본질과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해 온 것입니다. 또한 저는 어떤 이념이나 정파를 위한 정치적 목적이나 사회적인 기득권을 얻어내기 위해서 공적 사역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한국교회의 영광성과 거룩성, 십자가의 복음을 지키기 위해서 반기독교 세력과 맞서 싸운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광장적 외연 현상을 기피하여 작년 연말과 올해 연초에 저를 조용하고 고독한 광야로 인도하셨던 것 같습니다. ‘여인의 향기’라는 영화에 나오는 찰리라는 고등학생도 밀고자가 될 수 없다는 자신의 가치를 위해 끝까지 싸우며 진정성을 지키는데, 하물며 한국교회 지도자들이겠습니까? 사람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온갖 욕설과 막말을 퍼붓고 가짜뉴스를 지어내 사회를 혼탁하게 하고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는 일들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면 우리는 사람을 향해서가 아닌, 가치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찰리의 침묵과 진정성, 성경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용기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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