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달맞이 꽃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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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5-06-07 09:42본문
달맞이 꽃 부부
낮에는 볼 수 없고
밤에만 볼 수 있는
숨어서 피는 사랑의 꽃
“달맞이 꽃”
세상의 꽃들은
해가지면 꽃이 진다
그러나
당신과 나는
햇살 따사로운 한낮엔
꽃이 지고
황혼이 휜돛을 다는 밤이면
꽃이 피어 밤 같은 사랑을 한다
애정이
가득한 별을 꺼내어
서로의 그늘을 감싸주고
그늘 속에 지친
서로에게 미소를 짓게 하면서....
15년 전
아내를 만나
두 딸을 두고 행복한 사랑을 했지만
이름 모를 병이 찾아와
누워서
아내를 바라본 지 7년이 되다 보니
병원이 집이 되어버렸습니다
낮에는
아내 혼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직장을 나가야 했고
두 딸을 키우느라 밤이 되어서야
남편이 있는 병원으로 올 수 있답니다
늦은 밤
병원에 온 아내가
잠들어 있는 남편의 왼손에다 엄지로
꼭(사) 꼭(랑) 꼭(해).
세 번을
눌러 남편을 깨웁니다
남편은
아내의 손에 천천히
꼭(나) 꼭(두)
두 번을 눌러 화답을 합니다
남편에게 주기 위해 만들어 온 음식을
하나하나 먹여주며 정성을 보인 아내는
팔다리를 주무르며 소화를 시켜주고는
면도도 해주고 손톱을 깎아주며
가난하지만 참 행복하고
애틋한 달맞이 사랑을 받는 남편은
아내의 손길에
행복한 애정이 묻어납니다
일과 가정일로 힘들기도 하겠지만
잘 버티고 .....
잘 살아줘서 ....
그저 고맙기만 하다는 남편
두 사람의
달달한 시간은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점점 굳어가는 몸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왼 손가락
한 글자... 한 글자 ....
아내에게 보낼 편지를 씁니다
아내가
돌아간 늦은 밤까지
자신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적기 위해 석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지만
한 손이라도 움직여 이렇게 아내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참 행복하다면서요
늘 웃는 모습으로
살게 해주고 싶었는데
아픔으로 흐르는 그 눈물을
닦아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와 아이들 곁에서 살아준 당신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며
써 내려간 남편의 편지는
가슴 어디쯤
나직하게 배어있을 눈물같아 보입니다
같은 시간
집에 돌아온 아내는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내려다봅니다
밝고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들을 보며
심장 가득 고인 눈물을 뒤로하고
또 오늘 다시 힘을 내어보는 아내는
먼 산에 걸려 뜨거운 숨을
헐떡이는 해와 노을을 보며
집에서 직장
직장에서 집
집에서 병원
병원에서 다시 집으로
매일 반복되는 길을 오고 가는
석 달 전부턴 버스비를 아껴가며
그 먼 길을 걸어야 했던 이유는
왼손가락으로
그 작은 휴대전화기를 두드려
바깥세상과 유일하게 소통하는 남편에게
좀 더 큰 테블릿 pc를 사주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같은 시간
막막한 바람으로 시작하는 아내의
직장으로 전화가 옵니다
남편이 위독하다는 말을 듣고
가슴 졸이며 눈물을 앞세우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남편은 산소마스크에 의지한 채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위기를 넘겨 겨우 의식을 찾은 남편은
실눈을 감았다 뜨며 아내를 안심시킵니다
괜찮다고...
별일 없을 거라고...
꿈 한 점
틀어낼 수 없는 눈으로
말하는 남편을 보니
외눈으로 보는 세상 속에 감춰진
아내의 눈물은 다시 흐르고야 맙니다
그날 밤
아내는
병원 복도 긴 의자에서
눈물을 이불 삼아 쪽잠을 자야만 했습니다
가난한 마음에
앉은뱅이 햇살 한 줌이라도
비춰주기를 기도하면서 말이죠
오늘은
아빠의 생일입니다
온 가족이 병원에 다 모여
기념사진도 찍고 같이 노래도 불러봅니다
아빠는
아이들을 보면
칼에 베인 듯 가슴 한편이 아려옵니다
직접 땀 흘려 번 돈으로
아이들 맛있는 것도 사주고,
놀이공원에도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어느 아빠에게 없을까요.
그러나
지금,
딱딱하게 굳은 몸에 갇힌
아빠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병실 천장뿐,
더 많이 안아줄 걸..
더 많이 놀아줄 걸...
태양이
쓰러진 밤에도 다시 떠오르고 싶은
아빠의 마음은 수백 장의 종이 밑에
숨어 보이지 않는 사랑보다
이제는 더 많이 보여주며
사랑하겠다며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 가을이 지나간 자리 당신의 사랑이 보입니다
사랑한 후에 아픔은 각자의 몫이 되지 않기를
이 밤 빌어봅니다
물감 한 방울 번지듯
가슴 시린 당신을 내 맘속에 들여놓고
가녀린 손 따뜻하게 잡아주며
포근한 웃음을 건네주며
사랑해주질 못해서 늘 미안했습니다
이젠
하나 둘 희끗희끗한 새치머리에
주름 앉은 얼굴이 되었지만
긴 그리움이 주고 간 이 가을에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참 행복합니다
늘 웃는 모습으로
살게 해주고 싶었는데
아픔으로 흐르는 그 눈물을
닦아 주지 못해 미안해...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와 아이들 곁에서 행복을 준 당신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마주 보며
간직했던 숱한 얘기를 담은
남편의 편지를 읽는 아내의 눈에선
눈물이 멈춰지지 않습니다
“제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 아픈 몸으로....
그 불편한 몸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밤새워 앓고 나온 아침처럼
힘들었을 남편을 생각하니.......
달맞이 부부의
계절 없이 피는 사랑은
평생토록 익어가는 열매처럼
참 단단해 보입니다
“당신 힘든 만큼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 “
“아냐
당신 마음으로 안아주고 있잖아 “
“당신이 누워서
내 얘기만 들어줘도 난 충분하니까...”
“여보, 미안해.. “
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아내는 말합니다
미안해 말고 사랑해
라고
말해 달라고…….
attn/위 이야기는
실화를 모티브로 창작된 글입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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