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세이 노부부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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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크리스챤포토저널 댓글 0건 작성일 24-08-11 09:01본문
노부부의 하루
늙은 부모는
자식들에게 여전히 짐이죠
외면받는 일상에
초로인생을 지탱할 힘마저 잃어가다
아내가 중풍에 틱장애까지 겹쳐
단 1초도 가만히 서 있질 못합니다
하늘이 높아지고
가을 햇살이 내려오면
굽은 등과 가늘어진 다리로
흔들흔들 거리며 걷는 아픈 아내의
보폭에 맞춰 같이 걸어가는
남편
먼 호흡 긴 한숨으로
아내랑
공원에 산책을 나온 남편은
아픈 아내의 손을 처음 잡고
걷던 날을 잊을 수 없었다. 말합니다
“아내의 손이
이렇게 거친지 처음 알았거든요.. “
그래서
더욱 맞잡은 이 손을
놓을 수가 없었던 거죠
아내랑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슬플 때도
눈물이 나고
기쁠 때도 눈물이 나요
아내가
안 아프고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도 한때 했었지요
하지만
서산에 지는 해가
지고 싶어서 지겠어요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 아닌가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나오니
남편 휴대전화가 더럽다고
비누로 씻고 있는 아내를 보며
남편은
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덕분에 핸드폰이 새것이 됐구먼
고마워요,"
라고요
목욕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방문해 돌아갈 때면
“내 자식들이
해야 할 일을 자네들이 하는구먼,,, "
하고는
말끝을 흐리시며
돌아가는
봉사자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을 때
마음 한편이 빈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오늘도 할아버지는
마음에 동그라미 하나를 치신답니다
마음속에 생기는
네모를 없애면서 말이죠
한참을
벤치에 앉았다가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아내의 손을 잡고는
“당신 답답한 마음은 여기 남겨놓고
행복한 마음은 들고 집으로 갑시다 “
며
걸어가는 노부부에게
“할아버지
그렇게 걸으면 힘들지 않으세요 “
라고 묻는 젊은 부부
“나를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걷게 한 8할은 아내였다며...
사랑을 가지고 좋은 점만 바라본다면
20년이 금방 갈 걸세....
그러니
서로의 처지를 먼저 살피고
헤아려주는 따뜻한 부부가 되게나,,,,“
라며
젊은 부부에게
사랑 그대로의
사랑을 보여주시는 할아버지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에게
맨 처음 하는 말이
“아픈 건 다 나 주세요... “
먼저 배려하는 게
부부 사랑의 첫 시작이라 말하며
잠들 때면
아내의 가슴에 손을 얹어 본답니다
“조금씩 이어지는
맥박 소리가 저를 뛰게 해요
살아있다는 것은
사랑할 일이 남아있다는 말 아닌가요... “
그래서
오늘도
아내는 언제나 제게
처음 만나는 사람인 거죠
이제
저의 목표는
가장 좋은 남편이 되는 것입니다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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