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마지막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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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20-03-31 15:59본문
“대부분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죠.
그러나 다시 꽃으로 만날 순 없을까요”
올봄에 시집을 내려고 작년 가을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시집 출간을 당분간 미루고 있었는데 시선사에서 연락이 온 것입니다. 시선사는 한국 서정시들만을 다루고 문학 계간지를 내는 중량감 있는 출판사입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 서정시인 100에 선정이 되어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의 47번째 시집으로 출판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 것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선광현 목사님도 시집을 내자고 했다가 다시 조금 더 생각해 보자 하고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이유는 작년 가을부터 정말 어렵게 시집을 준비했는데 서점가에서 반응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샘터에서 ‘꽃씨’, ‘다시, 별 헤는 밤’, ‘사막으로 간 꽃밭 여행자’ 등을 냈을 때는 일반 서점가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었거든요. ‘다시, 별 헤는 밤’으로는 윤동주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에 들어가도 샘터처럼 대중적 시를 출판하는 출판사가 아니기 때문에 서점에서 반향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고심 끝에 시집을 내기로 했습니다. 왜냐면 서점가의 반응을 떠나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에 수록된다는 것 자체가 역사에 남는 것이고 전문 직업 시인도 아닌데 목회자로서 한국 서정시인 100인에 들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존 시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손 소독제’, ‘마스크’,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도시 ‘갈대가 별이 되게 하소서’ 등을 새롭게 써서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라는 시집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문화예술계가 다 정지되어 버린 상황에서 무슨 시집을 내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암울한 일제강점기 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청록파 시인들의 서정시를 읽으며 상처를 치유 받고 새로운 희망을 품었습니다. 우리도 코로나19로 인하여 우울하고 암울한 상황일수록 오히려 시집을 읽으며 감성의 정화와 정서의 순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트로트나 발라드 같은 대중음악은 대중예술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시는 고급예술입니다. 그렇지만 시는 고급예술을 하는 사람만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제사장적인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동시에 희망을 주는 선지자적인 예언적 메시지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코로나의 고통 속에서 제 시를 읽으며 위로와 치유를 받기를 바라지만,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고 내다보는 시를 썼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꽃같은 영혼들이 갈대로 헤어졌잖아요. 꽃같이 만난 우리가 갈대로 헤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잠시 갈대로 헤어져 있더라도 코로나가 물러가면 다시 꽃으로 만나자는 염원을 담은 것입니다.
코로나 위기 때 저의 시를 통해서 한 사람이라도 위로와 치유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지 말고 갈대로 헤어진 사람들이 다시 꽃으로 만나는 회복과 축복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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